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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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 돈거래, 믿음과 법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
가족간 돈거래,
믿음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민사전문 이래경 변호사 칼럼-
저는 민사전문 이래경 변호사입니다.
수많은 민사사건을 다루며 느낀 건, 가장 복잡하고 아픈 분쟁은 사실 모르는 사람끼리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끼리의 다툼이라는 점입니다. 믿음이 깨졌을 때 남는 건 씻기 힘든 상처와 오해뿐이죠.
저는 의뢰인들의 고민 앞에서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차라리 남이었다면 마음이 덜 힘들었을 거예요.”라며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오늘은 가족간 돈거래가 왜 민사 문제로까지 번지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안내해드리려 합니다.
가족간 돈거래가 갈등을 만드는 이유
가족끼리의 돈거래는 보통 믿음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렇다 보니 차용증이나 송금 내역 등 명확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상황이 달라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돈을 빌린 쪽에서는 “도와준 거지 빌린 게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고, 빌려준 쪽에서는 “언제 갚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냐”고 반박하게 됩니다. 결국 증거 부족으로 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죠. 법원은 ‘객관적인 증거’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족관계만으로 돈거래 사실을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가족간 돈거래는 심리적인 부담이 큽니다. 남에게는 차갑게 대응할 수 있지만 가족에게는 차마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다가 결국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으로 본 가족간 돈거래
법원에서는 가족이라 해서 특별히 다른 법리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채권·채무 관계가 성립하면, 일반적인 민사소송과 동일하게 다룹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점들이 중요합니다.
▶ 돈을 건넬 때 차용증, 문자, 계좌이체 내역을 남겨두는 것
▶ ‘빌려준 것’인지 ‘증여한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
▶ 기한이나 이자 조건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
만약 증거가 부족하다면, 법정에서 상대방의 진술이나 정황 증거를 토대로 다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꼼꼼히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성공사례
저에게 찾아오신 A씨의 사례를 말씀드려보겠습니다. A씨는 동생에게 5천만 원을 빌려주었지만 몇 년이 지나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동생이 사업이 어려워져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기다려주었지만, 나중에는 “그건 빌린 게 아니라 형이 준 거 아니냐”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A씨는 가족과 법적 분쟁을 벌인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더는 버틸 수 없어 저를 찾아오셨죠.
저는 우선 송금 내역과 당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확보했습니다. 특히 ‘사업이 안정되면 갚겠다’라는 표현이 담긴 메시지가 중요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또한 동생이 다른 지인들에게 “형에게 돈을 빌려 힘을 얻었다”라고 말한 진술도 참고자료로 제출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차용금 반환 의무가 존재한다고 인정했고, A씨는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 재판 후 A씨는 “돈보다 마음의 무게가 더 컸는데, 그래도 정의가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그 말을 듣고 긴장이 풀리며 깊이 공감했습니다.
가족간 돈거래를 지혜롭게 하는 방법
첫째, 기록을 남기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차용증을 쓰자고 말하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오히려 서로의 신뢰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돈거래를 장기간 방치하지 말아야 합니다.
돌려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쌓이면 결국 갈등만 커집니다.
셋째, 법적 조치를 고려할 때는 감정과 권리를 분리해야 합니다.
소송이 곧 가족관계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법적 절차를 통해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가족간 돈거래도 반드시 차용증이 있어야 하나요?
A. 반드시는 아닙니다. 계좌이체 내역이나 문자, 녹취 등으로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차용증이 있으면 법적 다툼에서 훨씬 유리하죠.
Q. 돈을 빌려준 지 오래됐는데, 지금이라도 소송을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 금전채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가족간 돈거래는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닙니다. 신뢰와 애정이 얽힌 민감한 문제이기에 상처가 더 크게 남습니다.
하지만 법은 결국 객관적인 증거와 절차를 따릅니다. 저는 수많은 사건을 다루며, 오히려 이 과정이 가족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분명히 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지켜주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혹시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짐처럼 자리 잡은 가족간의 돈 문제로 힘들어하고 계신가요? 그 고민을 혼자서 감당하지 마시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정리하는 용기를 내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결국 가족을 지키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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